콘클라베 교황 선출 - 권력의 그림자가 드리운 성스러운 공간
콘클라베
로버트 해리스
알에이치코리아
소설
384쪽
20250225
⭐️⭐️⭐️⭐️
콘클라베란?
콘클라베(Conclave)는 새로운 가톨릭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회의를 의미합니다.
라틴어 cum clave ("열쇠로 잠근"이라는 뜻)에서 유래했으며,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추기경단이 외부와 단절된 채 회의를 진행합니다.
콘클라베의 진행 과정
1. 개최 조건
- 기존 교황이 서거하거나 사임했을 때 열립니다.
- 교황이 사망한 경우, 교황 장례식 후 15~20일 내에 시작됩니다.
2. 참여자
- 80세 이하의 추기경들이 투표권을 가집니다. (2025년 기준, 최대 120명)
- 80세 이상 추기경은 참석은 가능하지만 투표권이 없습니다.
3. 장소 및 격리
-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 진행됩니다.
- 추기경들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상태로 머물며, 핸드폰, 인터넷, 언론과의 접촉이 금지됩니다.
4. 투표 방식
- 매일 최대 4번의 투표를 진행합니다.
- 교황 선출 요건: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후보만 남기고 투표를 반복합니다.
- 선출될 때까지 며칠~몇 주 동안 투표가 계속될 수도 있습니다.
5. 연기와 흑연/백연
- 투표 결과가 나올 때마다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연기를 피웁니다.
- 검은 연기(흑연) → 교황 미선출 (추가 투표 진행)
- 흰 연기(백연) → 교황 선출 완료
- 교황이 선출되면 "Habemus Papam!" ("우리는 교황을 뽑았습니다!")라는 선언이 나오고, 새 교황이 공개됩니다.
재미있는 콘클라베 역사
- 가장 긴 콘클라베: 1268~1271년 (약 3년)
- 너무 길어지자, 사람들이 회의장을 잠그고(Conclave 유래) 음식 공급을 제한해버림.
- 가장 짧은 콘클라베: 1503년, 10시간 만에 끝남.
- 투표 조작 시도: 1903년, 오스트리아 황제가 특정 후보를 금지한 적 있음.
현재 교황 프란치스코(Franciscus) 역시 2013년 콘클라베를 통해 선출되었습니다.
로버트 해리스의 소설 '콘클라베' 교황이 선종한 후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추기경 선거)의 72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1. 바티칸의 비밀스러운 세계로의 초대
"세데 바칸테 교황자리는 공석입니다"
이 소설은 마치 내가 시스티나 성당 안에 있는 것처럼 생생한 느낌을 주었다.
117명의 추기경들이 모여 벌이는 정치적 암투와 그 안에서 빛나는 신앙의 모습이 동시에 그려진다.
2.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신앙이 살아 있는 까닭은 정확히 의심과 손을 잡고 걷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확신만 있고 의심이 없다면 신비도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가장 신성하다고 여겨지는 공간에서도 인간의 욕망과 약점, 갈등은 존재한다.
추기경들은 성인이 아니라 인간이다.
그들도 권력을 원하고, 질투하고, 실수하고, 후회한다.
소설은 그 모든 인간적인 면모를 숨김없이 보여준다.
3. 의외의 인물들
나는 특히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면모가 흥미로웠다.
차가운 성격과 냉정한 지적 능력을 가진 알도 벨리니 추기경,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최초의 흑인 교황이 될 것이라 예견받는 조슈아 아데예미 추기경,
은발에 날씬한 몸을 가진 조지프 트랑블레 추기경 등 각각의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야코포 로멜리 추기경이다.
그는 선거를 관리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내적 갈등을 겪는다.
"죄를 짓고 용서를 구하고 또 실천하는 교황을 주십사"라는 그의 기도는
완벽함보다는 진정성을 중요시하는 마음을 보여준다.
4. 권력과 신앙 사이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했다.
신앙과 권력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신의 대리자를 뽑는 과정에서 왜 이렇게 세속적인 정치적 암투가 벌어질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것이 현실이고, 또 그래서 더 인간적인 것 같다.
"어떻게 얘기하고 무슨 말을 할지 걱정하지 말지어다. 네가 할 말은 그 말을 할 순간에 주어질 것이니라."
이 구절처럼, 결국은 모든 인간적인 노력과 갈등 속에서도 무언가 더 큰 힘이 작용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느꼈다.
5. 마치며
'콘클라베'는 단순한 종교 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권력, 믿음, 인간성에 관한 이야기다.
완벽한 고증으로 바티칸의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낸 로버트 해리스의 필력에 감탄했다.
마지막 반전의 순간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스토리텔링도 훌륭했다.
이 책은 종교를 믿든 안 믿든 모든 사람들에게 인간의 본성과 권력의 속성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신앙이란 완벽함이 아니라 끊임없는 의심과 실천의 과정임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