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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소설 ⟪구의 증명⟫

by 행복줍기 2022. 2. 1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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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소설 ⟪구의 증명⟫

 

최진영 소설 ⟪구의 증명⟫



▪️구의 증명
▫️최진영
▫️은행나무 ∙ 소설 ∙ 180p
▫️11권 ∙ 2022.02.12 읽고

천 년 후에도 사람이 존재할까?
누군가 이 글을 읽는다면, 그때가 천 년 후라면 좋겠다.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 대답이나 설명보다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더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지금 이해할 수 없다고 묻고 또 물어봤자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모르는 건 죄가 아닌데 기다리지 못하는 건 죄가 되기도 한다고.

담이 하는 것은 나도 하고 싶었고, 담이 가는 곳에는 나도 가고 싶었다. 나쁘지도 올바르지도 않은 채로, 누가 누구보다 더 좋은 사람이다 그런 것 없이 같이 있고 싶었다. 

구가 내 손을 놓는 순간 나는 정말 더러워지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지어낸 소문을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것 같았고 우리가 다정하게 지낸 시간들이 범죄 같았고 그들의 야유에 굴복하는 것 같았다. 
사나운 사람으로 득실거리는 광장 한가운데 내팽개쳐진 벌거숭이가 된 것처럼 외롭고 무서워서, 화가 났다. 



•••
서로가 사랑할 때는 다른 사람들을 신경쓰면 안된다. 
사랑하는 두 사람의 인생이다. 
다른 사람의 말은 중요하지 않다.
다른 사람이 설령 부모라고 해도 말이다. 
나의 인생은 내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한데 그것이 쉽지가 않다. 

매일 밤 일기를 쓰듯 담이 집으로 갔다. 대문 앞에 서서 마음으로 담아 담아 불렀다. 
골목에 발로 쓰는 나의 일기는 온통 담으로 채워졌다. 



•••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매일매일 보고 싶어진다. 
헤어지기 싫고 헤어지고도 또 만나고 싶어진다. 
심지어 옆에 같이 있어도 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랑이란 그 어떤 것으로도 가득 채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진영 소설 ⟪구의 증명⟫

기억이 나의 미래.
기억은 너.
너는 나의 미래.

열입곱 살이 되자마자 구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나는 야간 자율학습을 마친 뒤 바로 구가 일하는 공장으로 가서 구를 기다렸다. 가자마자 구가 나올 때도 있었고,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기다림은 공장 문 앞이 아니라 구와 헤어질 때부터 시작되었다. 

미래에 대한 내 근육은 한없이 느슨하고 무기력했다. 
나의 미래를 오래전에 개봉한 맥주였다. 
향과 알코올과 탄산이 다 날아간 미적지근한 그 병에 뚜껑만 다시 닫아놓고서 남에게나 나에게나 새것이라고 우겨대는 것 같았다. 

뜨거운 하루였다. 세상이 보온밥솥에 담긴 밥 한 그릇 같던 날씨. 
사람들은 찐득하게 엉긴 밥알처럼 서로를 못 견뎌했다. 

지금의 인간은 미개하지 않은가. 
돈으로 목숨을 사고팔며 계급을 짓는 지금은. 
돈은 힘인가. 
약육 강식의 강에 해당하는가. 
그렇다면 인간이 동물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가. 
세련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동물의 힘은 유전된다. 
유전된 힘으로 강한 놈이 약한 놈을 잡아먹는다. 
부로가 도구 없이도, 다리와 턱뼈와 이빨만으로. 
인간의 돈도 유전된다. 
유전된 돈으로 돈 없는 자를 잡아먹는다. 
돈이 없으면 살 수 있는 사람도 살지 못하고, 돈이 있으면 죽어 마땅한 사람도 기세 좋게 살아간다. 



•••
사랑에 돈이 필요할까?
돈이 없는 사랑은 오래 갈까?
우리집은 어릴적부터 가난해서 그런지  
내 생각은 사랑에도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돈이 많아야 결혼하지 그래야 사랑하는 사람도 행복하게 해주지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돈 때문에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
돈이 없으면 하루하루가 피곤하고 서로 상처만 주게 된다. 
물론 돈이 많다고 사랑이 더 돈독해지는 것도 아니지만.
돈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사랑을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당장 내일 살아갈 돈도 없는데 서로 사랑하는 것만으로 행복할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 돈에 미친 것 같지만 
돈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에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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