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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사문] 헌책방 기담 수집가 - 윤성근

by 행복 수집가 2022. 11. 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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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사문] 헌책방 기담 수집가 - 윤성근

 

 

[에세이/사문] 헌책방 기담 수집가 - 윤성근



번호: 78
작가: 윤성근
출판사: 프시케의숲
카테고리: 에세이/산문
쪽: 320
완독일: 2022/10/28
⭐️⭐️⭐️⭐️

💬
인생은 소설보다 재밌다

Photo by  Ahmed  on  Unsplash

 

내 직업은 작은 헌책방의 주인이다. 표면적으로는 일단 그렇다는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중고책을 사고파는 일을 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책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다. 김수영 시인이 오래전에 쓴 것처럼 “잠자는 책은 이미 잊어버린 책”이다. 그 책을 깨우는 사람만이 진짜 책 속의 이야기를 얻을 수 있다. 잠들어 있는 책을 깨워 그 속에 깃든 무한한 힘을 찾아낸다. 그게 바로 진짜 내가 하는 일이다.

“집에 분명히 있는 책인 걸 아는데도 사는 일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집니다. 첫째는, 집 어딘가에 책이 있다고 기억으로는 확신하지만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더 우스운 경우입니다. 책을 갖고 있고 그게 어디에 있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지만, 워낙 꺼내기 어려운 곳에 있어서 차라리 그 책을 다시 사는 겁니다. 물론 이 경우는 책값이 저렴하다는 단서가 있어야겠지요.”

책에 사악한 기운이 깃들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지? 유럽의 중세시대 이야기냐고? 아니다. 오늘날에도 어떤 책은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 주인이 그 책에 깃든 힘을 똑같이 누릴 수 있다고 전한다. 이제부터 이야기할 《오맨》 번역 초판본에 관한 이야기는 소설이 아니라 진짜다. 평소 심약한 체질이신 분은 여기까지만 읽어주시길 당부한다.

도둑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 훔치려면 돈이나 보석이지, 왜 책일까? 크게 나누면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읽기 위해서. 그다음은 책을 팔아 돈을 만들기 위해서다. 간혹 두 가지 이득을 다 챙기는 도둑도 있다. 훔친 책을 정성껏 읽은 다음 다른 헌책방이나 인터넷에 올려 파는 거다. 책 도둑은 어느 서점에나 있기 마련이다. 바퀴벌레 같다고나 할까? 언뜻 보면 없는 것 같지만 사실 상당히 많다. 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나 도둑이 있다고 해도 심한 말이 아니다. 대형서점, 마트의 도서 코너, 지하철 대기실에 마련한 공공문고, 심지어 교회나 성당에 몰래 들어가 성경책을 훔쳐다 파는 사람도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S씨는 수업시간에 갑자기 교사에게 화를 낸 일이 있다. 그 사건은 학교에서 그를 유명인으로 만들었다. 문학 수업시간이었다. S씨가 발작하듯 큰 소리로 “왜 선생님은 남이 한 얘기를 학생들에게 가르칩니까!”라고 소리쳤다. 난데없는 행동에 교사도 뭐라 하지 못하고 멍하니 학생을 바라볼 뿐이었다. S씨는 첫 번째보다 더 큰 소리로, 마치 비명을 지르듯 말했다. “다른 사람 말고 선생님 자신의 독창적인 생각은 없느냔 말입니다!” 이 일로 S씨는 한 주 동안 정학 처분을 당했다.

누군가의 일생을 판단하려면 그 사람에게도 일생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어요. 꽃 다루는 일을 하면서도 그런 걸 자주 느낀답니다. 저도 처음엔 꽃이 예쁜 건 활짝 피었을 때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가엾다는 마음도 자주 들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알아요. 꽃은 싹트고 잎이 나오고 활짝 피어났다가 시들어 고개를 숙이는 그 모든 과정 자체가 아름다운 거예요.”

 

Photo by Montse Pliego on Unsplash

 

💬
소설 같은 이야기가 가득하다.
우린 모두 소설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
평범한 인생이라고 생각해도 그것도 오직 나만 만들 수 있는 인생이다.
소설 같은 인생들이 지구에 모여 살고 있으니 세상이 심심하지 않나보다.

나에게도 찾고 싶은 추억의 책이 있으면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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