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술자리에서 자주 쓰는 말들이 있다.
'형님', '동생', '우리', '정' 같은 단어들.
이런 단어들은 보통 따뜻한 감정을 담고 있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이 단어들을 가장 차갑게 사용하고 있었다.
오늘도 세 명이 만났다.
누군가는 형님이라는 호칭을 달고,
누군가는 동생이라는 호칭을 달고,
나머지 한 명은 그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서있는 채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술을 마셨다.
헤어질 시간이다.
"형님, 잘가요."
동생이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마치 자신의 진심도 함께 굽히듯이.
"그래, 잘가."
형이라는 사람과 내가 형식적으로 대답했다.
우리의 대답에는 '빨리 사라져줘'라는 속마음이 묻어있었다.
계단을 오르면서 형이 말했다.
"저새끼는 정이 안가는 스타일이야."
나는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정이가는 스타일이 아니져."
형이 덧붙였다.
"짜증나 저새끼는"
우리는 왜 만나는 걸까.
서로를 불편해하면서, 서로를 미워하면서,
서로를 욕하면서도 계속 만나는 이유가 뭘까.
어쩌면 우리는 서로의 불행을 확인하기 위해
만나는 건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가끔 이런 말을 한다.
"술자리가 사람을 망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술자리는 사람을 망치지 않는다.
술자리는 그저 우리의 민낯을 보여줄 뿐이다.
우리는 서로의 민낯을 본다.
그리고 그 민낯이 싫어서 또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고 또 민낯을 보고,
민낯이 싫어서 또 술을 마시고.
이런 악순환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형님'이라 부르고
'동생'이라 부르고
'우리'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 말들은 진심이 아니다.
그저 술자리를 견디기 위한 진통제일 뿐.
우리는 알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저 진통제 같은 존재라는 것을.
다음 주에도 우리는 만날 것이다.
서로의 불행을 확인하기 위해,
서로의 민낯을 보기 위해,
그리고 또 다른 진통제를 찾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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