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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달리기

by 행복 수집가 2021. 6. 15.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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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달리기

 

🏃‍♂️
아무튼, 달리기


김상민
위고 ∙ 에세이 ∙ 158페이지
45권 ∙ 2021.06.09 읽고

이러다 말겠지 했던 일이 하루하루 이어졌고, 심지어 한 달이 지나도 멈출 기미가 없자 일상심의위원회가 긴급히 소집됐다. 달리기를 일상으로 편입시킬지 결정하기 위함이었다. 예상대로 달리기는 내가 던진 한 표, 즉 몰표를 받으며 당당히 루틴의 영역에 입성했다.

『해리 포터』에 비유하면 아침 러너는 그리핀도르형 인간에 가깝다. 양(陽)의 에너지를 뿜어내며 긍정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

아침 달리기가 상쾌한 시작이라면 밤의 뜀박질은 처연한 마무리다.

달리기는 시보다는 소설 쓰기에 가깝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마케터는 이런 말을 남겼다. “할까 말까 할 땐 하고, 살까 말까 할 땐 사세요. 그 돈과 시간만큼의 자산을 남기면 됩니다.” 

매번 똑같은 코스를 달려서였다. 굳이 같은 길을 고집한 건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또렷이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달리기는 고민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또 없는 대로 제 역할을 다한다. 쉽지 않은 삶이지만 그래도 달리기처럼 기댈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 다행이다. 그 덕분에 나는 오늘 하루도 버텨냈다. 달리는 일에 이렇게 계속 빚을 지며 산다.

대회 전날 밤, 불안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9시부터 잠자리에 들었지만 고기 못 굽는 사람의 집게질처럼 몇 번이고 몸을 뒤집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길 반복했다. 전생에 가장 부유한 유목민이었는지 양은 아무리 세어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목표가 표류하자 열정은 금세 방향을 잃고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런태기의 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

‘믿음’이다. 여러 질감의 믿음들이 우리를 마라톤의 출발선으로 이끈다. 대개는 나를 옭아맨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믿음, 42.195km를 달려 그 한계를 극복해내고 더 나은 사람이 될 거라는 믿음이다.

 

아무튼, 달리기

아무튼, 달리기

 

🧑🏿‍💻
다시 달리기에 관심이 생겼다.
점점 불어나는 뱃살을 사라지게 할 방법은 달리기 밖에 없다.
출근전에 1시간 정도 걷다가 뛴다.
6시에 운동하러 밖에 나가는 것부터가 어렵다.
알람에 눈뜨면 두가지의 마음이 격렬하게 싸운다.
건강을 위해 운동하자.
운동해서 뭐해 그냥 더 자자.
지금까지 더 자자가 우세하다.
인간의 마음은 정말 너무 나약한 것 같다.
힘들고 어렵고 귀찮은 건 정말 하기가 싫다. 
미래를 위해서 건강을 위해서라도 해야한다는 걸 아는데도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오늘도 더 자자가 이겼다. 
내일은 어떨지 모르겠다. 
어떨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 보니 이미 60%는 졌다.

아무튼,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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