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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 이동진

by 행복 수집가 2022. 2. 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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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 이동진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 이동진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이동진
▫️위즈덤하우스 ∙ 여행 ∙ 284p
▫️9권 ∙ 2022.02.08 읽고

© Pexels, 출처 Pixabay

 

서로 몸을 맞대고 반갑게 비비기라도 하듯, 평상에 드러누워 끝없이 속살거리기라도 하듯, 별들은 일제히 소리를 냈다. 별이 별을 부추기고 별이 별을 흔들어 깨우는 압도적인 풍경을 올려다보고 있자니 현실이 꿈처럼 느껴졌다. 그 밤, 나는 별의 잔해였다.


밤 하늘에 무수히 많이 떠 있는 걸 본 기억이 딱 한 번 있다.
초등학교 때 수련회 가서 밤에 기합받으러 나가서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그때 바닥에 누워 올려다 본 하늘엔 별이 한가득이었다.
수많은 별을 보고 있으니 기합을 받는 건지 상을 받는 건지 헷갈렸다.
기합을 받아도 마냥 기분이 좋았던 날이었다.
어른이 되고서는 낮이든 밤이든 하늘을 쳐다보지 않았다.
가끔 TV에서 나오는 밤하늘의 별을 보고는 멋있다고만 생각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아무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에 누워 마음껏 별을 구경하고 싶다.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식사를 하고 있는 도중, 뜰로 일본 단체 관광객들이 밀려 들어왔다가 금세 빠져나갔다. 하지만 일행이 떠나간 뒤에도 육십대로 보이는 두 할아버지가 남아 계속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삼십대 시절에 이 영화를 보았을 그들은 시디 드리스 호텔에서 무엇을 만났을까. SF 영화 속 미래의 이야기에 열광했던 과거의 젊은이들은 이제 노년의 눈으로 ‘과거의 미래’를 직접 확인하면서 흘러가버린 시간 속의 꿈을 어떻게 상기했을까.


어느 장소에 갔을 때 무언가 떠오르는 장면이 있으면
그 장소는 더욱더 특별해지는 것 같다.
영화 촬영 장소이든 유명인이 자주 갔던 맛집이라든지
내가 경험하지 않은 가보지 않은 장소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더 오래 기억될 것 같다.

© Russell_Yan, 출처 Pixabay

언젠가부터 새로운 여행지에 가면 내가 그곳에 다시 올 수 있을지 상상해 보는 버릇이 생겼다. 〈맘마 미아〉의 여진이 사라진 먼먼 훗날, 내가 다시 스코펠로스를 찾아오는 일이 있을까. 영화도 소설도 아닌 여정 그 자체가 다시금 여정을 불러들여 오래전 추억을 잇는 일이 생길까. 사랑의 운명 대신 여행의 운명을 엿보기 위해 꽃잎을 하나씩 따기 시작하다가 곧 그만두었다. 설혹 그게 신비로운 꽃의 예지력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미래의 입구와 출구만큼은 내다보고 싶지 않았다.


한 번 여행 한곳을 다시 방문한 적은 몇 번 없다.
일본이나 홍콩은 두 번씩 가봤지만 다른 곳은 다시 가보질 못했다.
세계는 가볼 곳이 너무 많다.
평생을 살아도 가보고 싶은 곳을 모두 갈 수 없을 거다.
그런 생각을 하면 인생이 참 짧다고 생각된다.
어떤 날은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냐고 짜증 낼 때도 있는데
돌이켜 보면 그 소중한 시간을 생각 없이 보낸 것 같아 부끄럽다.
여행뿐만 아니라 오늘 하루도 다시 갈 수 없는 여행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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