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땐 도시락을 가지고 다녔다.
점심시간이 되면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을 먹는다.
이때부터 치열한 눈치싸움이 일어난다.
반찬통을 열자마자 누가 맛있는 반찬을 싸왔는지 확인한다.
소시지나 달걀이 보이며 전쟁터가 된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는 인기 없는 반찬만 먹어야 하니 경쟁이 치열하다.
가끔 달걀후라이는 밥 밑에 깔아두는 친구도 많았다.
밥만 맛있게 먹는 친구를 보면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게 된다.
분명 밥 밑에 맛있는 반찬이 숨겨져 있을거라고 확신한다.
맛있는 반찬을 싸온 친구는 반찬통을 열기 전부터 티가 난다.
반찬통 여는 모습을 보면 긴장하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내가 싸온 반찬을 내가 사수하지 못하면 그것만큼 억울한 일도 없다.
도시락 반찬 중 제일 인기 없는 반찬이 있다.
나물 종류다.
특히 고사리무침은 아무도 손 대지 않는다.
고사리가 남자의 정력을 약하게 해 준다고 아무도 먹지 않았다.
중학생이 어디 힘 쓸때가 있다고 안 먹겠다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결국 나만 열심히 먹었다.
가끔 찌개도 싸갔다.
반찬이 별로 없는 날엔 국통에 각 종 찌개를 가져갔다.
미역국 김치찌개 청국장찌개 등.
김치찌개는 인기가 좋았는데 청국장찌개는 인기가 없었다.
냄새 난다며 싫어하는 친구도 있었다.
난 청국장찌개를 좋아해 혼자 독차지 할 수 있었다.
이 맛있는 찌개를 왜 싫어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청국장의 꼬릿한 냄새가 좀 심하긴 하지만 맛은 최고다.
청국장에 밥 넣고 김치 하나 올려 먹으면 집 나간 입맛도 돌아온다.
요즘 청국장은 냄새가 별로 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냄새나는 걸 싫어해서 냄새가 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 같다.
예전에 먹던 꼬릿한 냄새나는 청국장이 가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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