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엡스타인 사건은 단순한 성범죄를 넘어서 미국 사회 전체에 충격을 준 대형 스캔들이다.
미국의 억만장자 금융인이었던 엡스타인이 벌인 미성년자 성착취 범죄는 권력층의 부패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엡스타인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자신이 소유한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의 별장과 뉴욕, 플로리다, 뉴멕시코 등지의 고급 저택에서 미성년자들을 성착취했다. 그는 헤지펀드 운용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인과 기업인, 유명인들과 광범위한 인맥을 구축했다.
길레인 맥스웰은 엡스타인의 여자친구이자 범죄의 핵심 공범이었다. 그녀는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엡스타인을 위해 십대 소녀들을 모집한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엡스타인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13~17세 소녀들을 표적으로 삼아, 학비 지원, 모델 계약 제의 등으로 유인한 뒤 점진적으로 성착취 상황으로 유도했다. 그는 '마사지를 해주면 200달러를 주겠다'며 어린 여성들을 집으로 불러들인 뒤 성폭력을 저질렀다.
특히 교묘한 점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친구나 동생을 데려오면 돈을 더 주겠다고 꼬드겨 피해 규모를 확산시킨 것이다. 피해자들은 한 번 범죄 현장에 노출되면 심리적 부담으로 도피가 어려워지는 구조(루비콘 전략)에 빠졌다.
2024년 1월에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섬에서 일어난 중학생, 고등학생 미성년자들을 가둬 놓고 이루어진 성착취 사건의 피해자 및 엡스타인 쪽 관련자들의 명단이 공개될 예정인데, 이를 두고 전직 미국 대통령들, 각국 지도자들, 미국 고위직 공무원, 기업가들, 유명 연예인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실제로 2024년 1월 3일 뉴욕연방법원이 공개한 고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착취 사건 재판 기록상 언급된 명단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 앤드루 왕자 등의 이름과 신원이 공개됐다. 여기에는 정관계 인사를 막론하고 산업계, 학계,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저명 인사도 대거 포함되어 파장이 일었다.
버지니아 주프레는 엡스타인 사건의 가장 용감한 폭로자였다. 주프레는 10대 시절 엡스타인의 안마사로 고용돼, 영국 앤드루 왕자 등 주요 인사들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고 폭로하며 국제적 파장을 일으킨 인물이다.
그녀는 2015년 엡스타인의 여러 피해 여성 중 처음으로 언론에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이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권력자들의 위협과 압박 속에서도 그녀는 진실을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2025년 4월 25일 주프레가 호주 서부 퍼스에 있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은 성명을 통해 "버지니아는 평생 성 착취와 성매매의 희생자로 살아야 했고, 결국 그 고통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주프레의 증언에 따르면, 그녀는 17세였던 2000년 도널드 트럼프가 소유한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일하던 중 맥스웰로부터 엡스타인의 안마사 제안을 받았다.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피해자 요한나 쇼베르크는 "앤드루 왕자가 희롱하듯이 내 가슴을 붙잡고 사진을 찍었다"고 진술했다. 또한 쇼베르크는 진술을 통해 "엡스타인이 '클린턴이 어린 소녀들을 좋아한다'고 밝혔다"고 증언했다.
엡스타인은 2019년 미성년자 성매매 등 성범죄 혐의로 체포되어 뉴욕 맨해튼의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런데 보석 청구가 기각된 후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사법당국은 자살로 결론지었으나, 당시 감시가 소홀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음모론이 제기되었다.
더욱 의혹스러운 것은 모델 루슬라나 코슈노바가 사망하기 2년 전 제프리 엡스타인이 소유하고 있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섬으로 향한 것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2025년 6월 5일, 정부효율부 장관에서 물러난 뒤 SNS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와 설전을 벌이던 일론 머스크가 "진짜 큰 폭탄을 떨어뜨릴 시간"이라며 "트럼프는 엡스타인 파일에 이름이 들어있다. 그게 그 문서들이 공개되지 않는 진짜 이유다"고 주장하면서 돌연 이 사건을 언급했다.
미국 법무부는 억만장자 금융인이었지만 미성년자 성착취·성매매·인신매매 혐의로 감옥에서 의문사한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팸 본디 미국 법무장관은 엡스타인과 관련된 비행 기록과 여러 이름들이 포함된 자료가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은 권력과 부가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미성년자들을 노린 체계적인 성착취, 권력층을 위한 성상납, 그리고 이를 덮으려는 시도들은 사회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이 없었다면 이 사건은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 버지니아 주프레를 비롯한 피해자들이 보여준 용기는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하지만 주프레의 죽음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평생 감당해야 하는 고통의 무게를 보여준다.
사회는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은 단순히 과거의 일이 아니다.
권력형 성범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피해자들이 얼마나 큰 용기를 내어 진실을 말하는지를 보여주는 현재진행형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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