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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을 안가면 불안해!

일상

by 행복 수집가 2019. 12. 2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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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을 안가면 불안해!


회사를 출근하거나 여행을 가거나 어디를 가든지 꼭 화장실을 가게 된다.
어쩌면 화장실에 대한 강박증이 생길 정도로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이런 내 상황은 어릴 때부터 이어져온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 수업 중 급 신호가 왔다.
참고로 나는 학년마다 반장을 할 정도로 모범생이었지만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다.
평소에 발표도 안 하는 난 과감히 손을 들었다.
모두들 나를 쳐다본다. 
옆 여자 짝꿍은 멋있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다.
“선생님, 화장실이 급해요...”
창백해진 내 얼굴을 본 선생님은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반장이라 허락해줬는지는 잘 모르겠다.
모두들 수업 중인 고요한 복도를 뛰다시피 화장실로 직행했다.
조용한 화장실에서 난 세상을 다 가진 자처럼 편안하게 큰일을 볼 수 있었다.

그 후로도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수업 중 화장실 가고 싶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손바닥 밑을 꾹꾹 누르면 참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손바닥을 누르며 쉬는 시간을 기다렸다.

대학교에 가서 휴학 후 군대를 갔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춘천의 102보충대에서 일주일 정도 대기하였다.
102보충대에 가면 군 생활 꼬인다는 말도 있어서 걱정이 많았다.
규칙적인 생활에 수많은 사람들이 생활하다 보니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었다.
무엇보다 강압적인 분위기에 내 인생 처음으로 5일 동안 큰일을 치르지 못했다.
이러다가 죽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찌어찌하여 퇴소 마지막 날 큰일을 볼 수 있었다.

퇴소 후 신병교육대로 보내졌다.
소양강댐에서 배를 타고 가고 전투식량이라는 것을 먹으면서 그 당시 섬으로 끌려가는구나 생각했다.
나중에 행군을 할 때 여기가 섬이 아니라 육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곳을 굳이 배까지 태워가며 간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

군대는 매일 6시면 기상한다.
나는 일어나면 큰일을 보는 스타일이라 많이 힘이 들었다.
6시에 기상해서 15분 안에 연병장으로 나가서 체조를 하고 구보를 하는데 
어떤 날은 정말 이를 악물고 참는 날이 많았다.
어떨 때는 기상하자마다 후다닥 침상을 정리하고 화장실을 1분 안에 해결하기도 하는 둥 
전쟁만 안 났을 뿐 나는 이미 화장실과 전쟁 중이었다.

그러던 중 나에게 아침 식사를 배식하는 일이 주어졌다.
배식 조는 신병들이 돌아가면서 맡게 된다.
어느 날 아침 배식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배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참고 배식 후에 화장실을 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배식을 하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교관에게 말해 잠시 화장실 좀 가겠다고 했는데 배식 끝나면 갔다 오라고 안 된다고 했다.
나에게 총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밥주걱밖에 없는 게 더 힘들었다.
나는 나오려는 걸 참고 또 참으면서 무려 일곱 번의 위기를 넘겼다.
매 순간의 위기 때마다 그냥 냅다 화장실로 뛰어갈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군인정신으로 버텼다.
7번을 참다니 스스로도 대견했다.
이로써 나는 큰일을 7번까지 참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회사에 취직하고도 나는 더 화장실에 집착했다.
아침에 집에서 큰일을 보고 출근해서 한 번 더 보고 오후에도 가는 등 
다른 사람들도 나 같은 건가 내가 이상한 거 많이 생각했다.
근데 나만 이상한 건 아닌 것 같다.
남자 화장실에 가면 의외로 대변 칸은 매번 만실이었다.
뉴스에 보면 여성 화장실을 더 늘려달라는 말이 있는데 난 남자 화장실도 늘려줬으면 한다.
회사 생활의 스트레스 때문인지 남자들도 속이 편한 날이 없는 것 같다.

한 번은 홍콩으로 여행을 다녀온 일이 있었다.
비행기로 4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날 서울로 오는 비행기 안이었다.
비행기 타본 사람이라면 알지만 화장실도 좁고 사람도 많아서 불편한 점이 많다.
이날도 어김없이 위기가 찾아왔다.
착륙까지 1시간 남았는데 화장실 한번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안전벨트 불이 켜졌다.
일어나려는 나에게 승무원은 착석하라고 한다.
화장실 갈려고 한다고 해도 위험하다고 착석하라고 한다.
그렇게 난 또 창백 한 얼굴로 1시간을 버텼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게이트로 이동하고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할 때 난 화장실로 달려가 큰일을 보았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마터면 뉴스에 나올 뻔했다.

지금까지도 화장실을 안 가게 되면 불안하고 초조하고 그런다. 
나이를 먹으면서 더 심해지는 것도 같아 병원에 가봐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나는 어디를 갈 때 버스는 절대 타지 않는다.
버스처럼 내 맘대로 내리지 못하고 화장실 없는 이동 수단은 웬만해서는 타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 차를 타고 어디를 간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언제나 위기는 찾아온다.
그날은 아내랑 강원도에 놀러 갔다 오는 길이었다.
휴일이라 그런지 차가 많이 밀려서 급 불안감이 증폭했다.
불안감은 결국 나의 배 속에 전달되었다.
하필 이날은 고속도로가 아니고 국도를 이용 중이라 어디 화장실 갈 만한 곳이 없었다.
교통체증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간간이 식당들이 보이기는 해서 잠시 차가 멈췄을 때 아내랑 운전을 바꿨다.
위험신호를 느끼면 바로 내려서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였다.
드디어 참을 수 없을 때 내 눈앞에 쭈꾸미 파는 식당이 보였고 
난 초보운전인 아내에게 차를 운전하게 하고 차에서 내려 쭈꾸미 집으로 달려갔다.
쭈꾸미 집에 가서 붐비는 손님들을 피해 화장실로 직행하였다. 
다행히 화장실은 비어있었다.
하늘이 도운 날이었다.
다음에 이 집에 주꾸미 먹으러 와야겠다.
나의 생명의 은인이다.

그리다 보니 난 어딜 가나 화장실은 어디 있나 지도로 찾아보고 해외여행 갈 때는 
꼭 화장실 위치는 확인해 둔다.
어쩌면 병 같기도 한데 나만 그러는 건지 잘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나 같은 사람을 위해 화장실은 제발 개방 해줬으면 좋겠다.
비밀번호로 잠금장치 하지 않는 세상이 필요하다.

가장 위험한 순간은 화장실 문을 열기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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