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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매일매일 - 백수린 산문

일상

by 행복줍기 2021. 10. 18.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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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매일매일

 

다정한 매일매일 - 백수린 산문

 

다정한 매일매일
백수린
작가정신 ∙ 에세이 ∙ 240p
105권 ∙ 2021.09.29 읽고

어떤 의미에서 내게 소설 쓰는 일은 누군가에게 건넬 투박하지만 향기로운 빵의 반죽을 빚은 후 그것이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리는 일과 닮은 것도 같다. 

내게는 성난 짐승이 걸어 다닌 발자국처럼 마음속이 그렇게 어지러울 때 가만히 펼쳐보면 도움이 되는 책들이 몇 권 있다. 독일의 바이올린 장인인 마틴 슐레스케가 지은 『가문비나무의 노래』가 바로 그런 종류의 책이다. 

3월이 되면 강의실에 앉아 있는 파릇파릇한 학생들과 즐겨 읽는 작품 중 하나가 필립 로스의 『울분』이다.  

<축복> 은 우리가 쉽게 흘려보내는 일상이야말로 누구에게나 주어진 공평한 몫의 축복이라는 사실을 환기시켜 준다.

우리에게 한밤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가르쳐주는 소설들이 있는 한, 우리는 밤이 아무리 깊어도 앞으로 걸어갈 수 있다.

가족이 무엇인지에 대해 내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것은 줌파 라히리의 소설들 덕분이다. 그중에서도 하나를 꼽자면 그녀의 두 번째 소설집인 <그저 좋은 사람>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존재의 세 사지 거짓말> 만큼 이토록 기이하고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매혹적인 방식으로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소설을 나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은 그럼에도 “눈먼 박쥐처럼 그렇게 계속 나아”가야 하는 것이 삶이라고, 다양한 색으로 물드는 해 질 녘의 하늘처럼 불완전하지만 “아름다운 변신을” 거듭하는 것이 삶이라고 알려준다.

죽은 이를 떠나보내는 의식을 위해 남아 있는 사람들이 만든 빵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 프레첼을 볼 때면 나는 거듭, 상실을 알는 사람이 되었다.
프리첼이 짠맛을 지닌 빵인 것은 애도하는 이들의 눈물을 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좋은 책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읽고 난 후 세상을 보는 시선을 바꿔주는 책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캐나다 소설가 앨리스 먼로의 소설들을 좋아하지만, 바람이 몹시 불어 쓸쓸한 어느 밤, 누군가와 갓 구운 단팥빵을 나눠 먹으며 단 한 권의 책을 함께 읽어야 한다면, 다시 읽고 싶은 것은 <디어 라이프> 다.

다정한 매일매일
다정한 매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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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사람 공간 그리고 책.

□□■
⟪다정한 매일매일⟫을 읽고 있을 때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났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더 힘들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한다.
정말 다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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