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기분
▫️박연준
▫️현암사 ∙ 에세이 ∙ 264p
▫️21권 ∙ 2022.03.28 읽고
혼자 무언가 끼적이는 일. 속으로 두런두런 혼잣말하는 일.
익숙하던 것에서 낯선 모습을 발견하는 일.
뻔하게 말고, 다른 방식으로 말하는 일.
슬프다고 하지 않고 “슬픔이 나를 깨운다” 하고 말하는 일.
_황인숙, 슬픔이 나를 깨운다소리 내어 읽으면, 시가 열립니다. 소리 내어 읽으니 시인의 호흡과 에너지, 걸음걸이, 한숨, “미리 죽은” 눈빛까지 보이는 것 같지 않나요? 소리는 시의 몸입니다. 몸을 두고 뛸 수 있나요? 몸을 두고 멀리 갈수 있나요? 몸을 두고 사랑할 수 있나요?
시인 김소연은 단 한 줄로, ‘등’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동물은 평화롭고 생선은 푸르며 사람은 애처롭다.“새끼손가락만큼 작아지기까지, 이 연필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종이 위에서 걷고 달렸을까. 누군가의 손아귀에서 스케이트를 타듯 종이 위를 긁적이던 숱한 밤, 그리고 낮이 필요했으리라. 그 시간을 충분히 보낸 연필들만 ‘몽당’이라는 작위를 받을 수 있다.
니체는 달을 보고 “별들의 카펫 위를 걸어가는 고양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시를 쓰는 삶은 이런 거예요. 달을 (단순히) 달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 슬픔을 (단순히) 슬픔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
•••
학창 시절 교과서에는 시가 많이 실려 있었다.
시를 좋아하지 않아도 억지로라도 외워야 했다.
한데 지금 기억나는 시는 하나도 없다.
심지어 제목도 잘 생각나지 않는다.
시험에 나올까 봐 시를 통째로 외웠는데도 전혀 기억이 없다.
시는 그저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한 글자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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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엔 정말 외우기 싫었던 시가 어른이 되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시 한 편을 외우고 싶어졌다.
희한한 일이다.
외우라고 할 때는 그렇게 싫었는데 막상 시랑 멀어지다 보니 다시 시가 좋아지려고 하다니.
사람 마음은 정말 알 수 없나 보다.
어릴 땐 싫어했던 것도 어른이 되어서 좋아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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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을 가면 책방에 들리곤 한다.
사고 싶은 책이 없을 땐 시집을 한 권 구입한다.
얼마 전 다녀온 경주에서는 사고 싶은 책은 많았지만 시집을 구입했다.
내가 시집을 사다니 어릴 적 내가 본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시집을 사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소설이나 에세이 관련 책을 사면 재밌겠다는 생각만 하는데 시집을 사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이게 무슨 기분인지는 표현하기가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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