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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을 때 묶여있다가 쓸 때 해방된다 ⟪쓰는 기분⟫

by 행복줍기 2022. 3. 30.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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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을 때 묶여있다가 쓸 때 해방된다 ⟪쓰는 기분⟫

나는 읽을 때 묶여있다가 쓸 때 해방된다 ⟪쓰는 기분⟫

▪️쓰는 기분
▫️박연준
▫️현암사 ∙ 에세이 ∙ 264p
▫️21권 ∙ 2022.03.28 읽고

혼자 무언가 끼적이는 일. 속으로 두런두런 혼잣말하는 일.
익숙하던 것에서 낯선 모습을 발견하는 일.
뻔하게 말고, 다른 방식으로 말하는 일.
슬프다고 하지 않고 “슬픔이 나를 깨운다” 하고 말하는 일.
_황인숙, 슬픔이 나를 깨운다

소리 내어 읽으면, 시가 열립니다. 소리 내어 읽으니 시인의 호흡과 에너지, 걸음걸이, 한숨, “미리 죽은” 눈빛까지 보이는 것 같지 않나요? 소리는 시의 몸입니다. 몸을 두고 뛸 수 있나요? 몸을 두고 멀리 갈수 있나요? 몸을 두고 사랑할 수 있나요?

시인 김소연은 단 한 줄로, ‘등’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동물은 평화롭고 생선은 푸르며 사람은 애처롭다.

“새끼손가락만큼 작아지기까지, 이 연필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종이 위에서 걷고 달렸을까. 누군가의 손아귀에서 스케이트를 타듯 종이 위를 긁적이던 숱한 밤, 그리고 낮이 필요했으리라. 그 시간을 충분히 보낸 연필들만 ‘몽당’이라는 작위를 받을 수 있다.

니체는 달을 보고 “별들의 카펫 위를 걸어가는 고양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시를 쓰는 삶은 이런 거예요. 달을 (단순히) 달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 슬픔을 (단순히) 슬픔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

© alvaroserrano, 출처 Unsplash

•••

학창 시절 교과서에는 시가 많이 실려 있었다.

시를 좋아하지 않아도 억지로라도 외워야 했다.

한데 지금 기억나는 시는 하나도 없다.

심지어 제목도 잘 생각나지 않는다.

시험에 나올까 봐 시를 통째로 외웠는데도 전혀 기억이 없다.

시는 그저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한 글자일 뿐이었다.

••••

학창 시절엔 정말 외우기 싫었던 시가 어른이 되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시 한 편을 외우고 싶어졌다.

희한한 일이다.

외우라고 할 때는 그렇게 싫었는데 막상 시랑 멀어지다 보니 다시 시가 좋아지려고 하다니.

사람 마음은 정말 알 수 없나 보다.

어릴 땐 싫어했던 것도 어른이 되어서 좋아지는 것처럼.

••

가끔 여행을 가면 책방에 들리곤 한다.

사고 싶은 책이 없을 땐 시집을 한 권 구입한다.

얼마 전 다녀온 경주에서는 사고 싶은 책은 많았지만 시집을 구입했다.

내가 시집을 사다니 어릴 적 내가 본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시집을 사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소설이나 에세이 관련 책을 사면 재밌겠다는 생각만 하는데 시집을 사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이게 무슨 기분인지는 표현하기가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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