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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 정유정

by 행복 수집가 2019. 7. 2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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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은행나무 / 303p

얼마 전 진이, 지니 소설을 읽고 정유정 작가의 에세이도 궁금하여 읽게 되었다.

네팔의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는 이야기인데 읽는 내내 나도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몇말 며칠을 걸으면서 거대한 자연을 마주 본다는 게 어떤 느낌일지 너무 궁금하다.

1. 돈: 출국 전에 미국 달러를 준비하고 현지에 도착한 후 다시 네팔 루피로 환전할 것.

2. 의복: 여름용, 겨울용 등산복, 내의, 기능성 속옷 두 벌씩. 판초나 우비 한 벌, 얇은 침낭 내피, 챙 달린 카라반 모자, 털모자, 고글, 장갑, 목도리, 손수건, 수건. 두터운 겉 양말과 속에 신을 발가락양말(발가락의 마찰을 줄여 물집이 잡히는 걸 방지해준다) 각각 두 벌. 부피가 크고 고가인 고어텍스 재킷과 파카, 오리털 침낭은 카트만두에서 사거나 대여하는 게 좋다.

3. 신발: 바닥이 두껍고, 미끄럼방지창이 있고, 발목까지 감싸주는 중등산화. 슬리퍼.

4. 배낭: 46리터짜리 대형배낭 하나, 소지품을 넣을 보조배낭 하나.

5. 응급약과 초콜릿바 같은 간단한 먹을거리.

6. 잡다한 물건: 스틱 한 쌍, 보온병, 1리터짜리 물병, 3P콘센트 아답터, 빨래를 널어 말릴 긴 밧줄, 헤드랜턴, 건전지, 자외선 차단제, 세면도구, 가루비누, 물티슈.

준비물들만 봐도 몸이 근질근질하다.

네팔에 가보고 싶다. 갈 수 있을까?

혜나는 아이들의 인사를 받을 때마다 손을 모으고 “나마스테”라고 화답했다. 그녀의 미소가 소녀들의 종아리만큼이나 싱그러웠다.

혜나가 히말라야의 어원을 물었다. 그는 ‘눈(雪)의 거처’라고 대답했다. 산스크리트어로 눈을 뜻하는 히마(Hima)와 집을 뜻하는 알라야(Alaya)의 합성어.

초콜릿 대신 씹어 먹은 육포는 꾸룩꾸룩 소리를 내며 배 속을 굴러다녔다. 육포가 소로 되살아나서 위장을 들이받고 있는 것 같았다.

정유정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곳곳에 유머감각을 느낄 수 있다.

나도 읽는 내내 피식피식 많이 웃었다.

유머 코드가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옳다. 인간이 하는 행동의 99%는 습관에서 나온다.

‘NS(신경외과: 머리를 뜻함)가 안 되면 OS(정형외과: 손발을 뜻함)가 고생한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엉덩이에 힘을 주고 걸었다. 이틀 전과는 정반대 이유로 진땀이 났다. 똥을 뿌리며 앞서가는 나귀들이 부러웠다. 너넨 좋겠다. 누고 싶을 때 눌 수 있어서.

여행을 갔을 때 생리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면 정말 힘들다.

인간 아닌 다른 동물들은 부끄러움이 없는 건가?

물론 인간도 가끔 아무 데나 볼일을 보긴 하지만..

어머니는 회초리를 꺼냈다. 내 거짓말이 마음에 안 드셨던 거다. 반면 하느님은 마음에 드셨던 게 분명하다. 나를 소설가라는 직업거짓말쟁이로 만든 걸 보면. 안 그런가?

<생존자>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스티븐 킹의 단편이 있다. 표면에 드러난 소설의 전제는 이렇다.

사람이 배가 고파 자기 몸을 먹기 시작하면 맨 나중에 무엇이 남을까?

너무 궁금한 책 내용이다. 도저히 먹을 게 없어서 최후의 수단으로 자신을 몸을 먹기 시작한다는 설정이 소름 돋는다.

안나푸르나의 일곱 번째 밤이 왔다. 닷새째 계속되는 불면의 밤이기도 했다. 몸은 죽도록 피곤하건만, 정신은 미치도록 맑았다. 흉부 압박감이 엄청났다. 기중기만한 바이스가 흉곽을 틀어쥐고 훅훅 조이는 것 같았다. 머릿속에서는 구조헬기의 굉음이 울렸다. 이제 안나푸르나는 본격적인 링이 돼 있었다.

3천 미터 이하 산은 산도 아니라는 히말라야.

일반인이 3천 미터 이상 오르다 보면 고산병의 위험에 노출되기 싶다.

산소가 부족하여 여러 가지 나쁜 신체반응이 일어나 위험할 수가 있다.

우리나라 산은 2천 미터도 안 되는 산이라 고산병에 걸릴 일이 없어 어떤 느낌일지 알 수가 없다.

너무 힘들고 죽을 것 같다고 한다.

© Julim6, 출처 Pixabay

THANK YOU VISITING MANANG

THORUNG LA PASS 5,416Mtr

CONGRATULATION FOR THE SUCSCESS

쏘롱라패스.

트레킹 하는 사람들의 목적지.

저 팻말을 본다면 얼마나 기쁠까.

조그만 산에 올라가서 정상석만 봐도 기분 좋아 사진 찍고 난리인데 해발 5400미터라니 감히 상상이 되지가 않는다.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

© stanislau93, 출처 Unsplash

1시간 후, 우리는 저 유명한 ‘해 뜨는 언덕, 푼힐(Poon Hill:3193미터)’에 올라갈 예정이었다. 트레킹 귀착점을 베니가 아닌 나야풀(Nauapul:1070미터)로 정한 이유도, 단내 나는 계단 길을 이틀씩 올라온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고레파니로 와야 푼힐에 올라갈 수 있으므로. 푼힐은 서울사부님이 꼭 들러보라고 조언한 곳이었다. 히운출리(Hiun Chuli:6441미터), 마차푸츠레(Machhapuchhre:6997미터), 다울라기리, 안나푸르나 주봉들을 한 자리에서,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고 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산들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는 곳이라니 어떤 곳일지 궁금한데..

아내랑 함께 네팔에 가보고 싶다.

두 눈으로 자연을 느끼고 싶다.

언제 기회가 될지 알 수 없겠지만.

우리는 죽을 때까지 아이인 동시에 어른인 셈이다.

삶을 배우면서 죽음을 체득해 가는 존재.

나는 안나푸르나에서 비로소, 혹은 운 좋게

어른의 문턱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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