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아파트 이웃과 인사하기

일상

by 행복줍기 2024. 2. 17. 23:02

본문

320x100
반응형

 

빌라에서 아파트로 이사 온 후

이웃에 누가 사는지 잘 모른다. 

옆 집은 오며 가며 얼굴을 봐서 인사는 한다.

인사만 하는 사이다. 

음식을 만들어 놔누어 먹거나 커피 한 잔 마신 적도 없다. 

빌라에 살 때도 가볍게 목례만 했지 남남처럼 지냈다. 

어릴 때는 동네 모든 사람을 다 알았다. 

서로 인사하고 무슨 일 있으면 같이 모여서 이야기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이웃과 친하게 지내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도 인사만이라도 해야 할 텐데 그것마저 어렵다.

 

어느 날.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려는 데

현관 안쪽에서 중학생으로 보이는 소녀가 문쪽으로 다가왔다.

문이 열리고 소녀가 밖으로 나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소녀는 다시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서 섰다.

밖으로 나가려는 게 아니고 문을 열어주기 위해서였나 보다.

 

소녀 뒤쪽에 가서 섰다.

공기가 어색해서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소녀는 나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고개를 들어 나도 쳐다볼까 말까 생각했다.

무서워하면 안되니 스마트폰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힐끔거리며 쳐다보던 소녀가 나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어색한 공기 속에서 난 더 어색해졌다.

공기 반 소리 반으로

"네.. 안녕하세요~"라고 대답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각자의 층을 눌렀다.

소녀는 나보다 6층 아래에 산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색함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소녀는 다시 나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헛...

또 내가 뭐 잘못했나.

대체 나한테 왜 이러지.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중학생 소녀는 내리면서 말했다.

"안녕히 가세요~"

해맑다.

나도 썩소를 지으면서

"네에~ 들어가세요~"

아 이런.

중학생한테 들어가세요라니.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다시 올라갔다.

 

같은 아파트 동에 살면서도 인사하기가 어색하다.

내가 먼저 인사해도 받아주지 않는 이웃도 많다.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도 서로 모른 채 한다.

 

중학생 소녀는 나를 위해 공동현관문도 열어주고

먼저 인사도 해주고

내릴 때도 인사를 해줬다.

난 그럴 때마다 고맙다고 잘 가라고 제대로 말도 못 했다.

부끄러웠다.

 

 

728x90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