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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집『일인칭 단수』

by 행복줍기 2020. 11. 3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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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단수

 

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 소설 ∙ 236페이지
106권 ∙ 2020.11.29 읽고

 

내가 살던 오래된 목조건물 벽은 어릴 적에 먹던 추억의 웨하스처럼 얄팍하고 물렀기 때문이다.
11p

그렇게 기억이란 때때로 내게 가장 귀중한 감정적 자산 중 하나가 되었고, 살아가기 위한 실마리가 되기도 했다. 큼직한 외투 주머니에 가만히 잠재워둔 따뜻한 새끼고양이처럼.
79p

그리고 외야의 천연 잔디가 시야에 뛰어들면, 그 선명한 초록 바다를 느닷없이 마주하면, 소년인 나의 가슴은 소리나게 떨렸다. 마치 한 무리의 씩씩한 난쟁이들이 내 조그만 갈비뼈 안에서 번지점프 연습을 하는 것처럼.
128p

“정말로 <사육제>면 되겠어요? 동서고금 피아노곡 중에서 딱 한 곡만 무인도로 가져갈 수 있다는데.”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고는 긴 손가락을 하나 쳐들고 확인하듯 말했다.
162p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했던 건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에 대해 주고받는 심도 있는 대화, 열의를 품을 수 있는 무언가를 거의 목적 없이 공유하고 있다는 감각이었다. 
166p

“제가 생각하기에, 사랑이란 우리가 이렇게 계속 살아가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연료입니다. 그 사랑은 언젠가 끝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결실을 맺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설령 사랑이 사라져도,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내가 누군가를 사랑했다, 연모했다는 기억은 변함없이 간직할 수 있습니다. (생략) “
202p



▫︎
몇 년 만에 출간하는 소설이라고 한다.
읽다 보니 소설이라고 하지만 에세이 느낌이 많이 들었다.
여자, 재즈, 야구 등등…
아니 이건 에세이에 소설 양념을 넣은 것인가?

▫︎▫︎
여성과의 썸씽은 일어나는 것 같은데 결론은 없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뿐 깊은 관계로 이어지지 않는다.
약간 여성을 깎아내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역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남자가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약간 만만한 무엇이든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남자로 생각하는 듯하다.

▫︎▫︎▫︎
하루키는 재즈를 정말 좋아하나 보다.
여러 책에서 재즈에 관해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찰리 파커라는 색소폰 연주가로 소설을 쓸 정도이다.
아직 재즈는 잘 몰라 찰리 파커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이 잘 안 되었다.

▫︎▫︎▫︎▫︎
사람과의 인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유치원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스쳐 지나갔지만 내 곁에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같은 반 친구도 그 당시는 재밌게 지냈지만,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른다.
궁금하기는 한데 굳이 찾아보는 건 귀찮다.
내가 찾는다 해도 상대방이 좋아할지도 모르겠고.

▫︎▫︎▫︎▫︎▫︎
하루키는 야쿠르트 스왈로스 야구팀 팬이다.
열정적으로 응원할 팀이 있다는 건 부러운 일이다.
스포츠팀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연예인을 응원하는 것도 포함이다.
야구는 참 매력적인 스포츠다.
다른 스포츠도 좋지만, 공 하나로 이뤄지는 인생의 모든 것이 다 있다.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닌 눈으로 보는 것 같다.

▪︎
단편이라 깊이 몰입하기 전에 끝나는 느낌이라 아쉽다.
단편도 나름 매력 있지만 아직은 장편소설이 더 재밌는 것 같다.
야구로 비유하면 한창 재밌는 순간에 폭우가 와서 우천 취소되어 비 맞으며 집에 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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