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브라더스
▫️김호연
▫️나무옆의자 ∙ 소설 ∙ 342p
▫️24권 ∙ 2022.04.03 읽고
왜 나는 에프킬라가 떨어져도 새로 살 생각을 안 하는가? 식료품 살 돈도 빠듯해 생필품은 늘 뒷전이 되는 것이다. 순간 목덜미가 가렵다. 어느새 모기들이 흡입을 시작한 모양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문을 닫고 바람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문을 열어둔 채 선풍기 바람을 맞는 대신 모기에게 뜯길 것인가.
역시 ‘닥치는 대로 하고 싶은 일’은 없는 법. ‘닥치는 대로 해야 하는 일’이 있을 뿐이다.
역시 입맛과 씀씀이는 성적과 반대라 한번 올라가면 쉽사리 내려오지 않는다.
돈은 돈이야.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면 돼. 사회적 지위? 상류층은 태어날 때부터 상류층이야. 우리 같은 김천 출신 촌놈들은 고시 합격하거나 스카이 의대 정도 가줘야 겨우 신분 상승 할까 말까야. 그러니까 이 나라에서 현실적인 우리의 목표는 개정승, 개정승이라고. 한마디로 졸부지.
그녀와 헤어진 뒤 3년은 그림자처럼 살았다. 마치 내 앞에 누가 있고 그 뒤에 진짜 내가 검은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서 있는 듯했다. 앞의 내가 누구를 만나건 무슨 삶을 살건 별 관심 없이 졸고 있는 척하던, 그 그림자 녀석 말이다.
방금 전 먹은 치킨에 배가 불렀지만 은근한 식욕이 또 돌았다. 가난하단 건 허기를 쉽게 느끼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자긴 특별한 꿈도 없고 그저 학교라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고시라는 정거장에서 내린 뒤, 세상이라는 버스로 환승하지 않는 것일 뿐이란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 하기를 좋아한다. 충고란 것도 알고 보면 자기 이야기다. 그리고 아저씨들은 누구보다 자기 이야기 늘어놓는 걸 좋아한다. 아저씨가 되면 그런 자격증이라도 나오나보다.
소파요. 소파와 욕조. 그거야말로 자취생의 두 가지 로망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집을 구경한다는 건 그 사람의 내장을 관찰하는 것과 같다. 내시경으로도 볼 수 없는 몸 속 어떤 상태 말이다. ‘방학 옥탑남’에게선 소화불량이 엿보였고, 그에 비해 ‘수유 반지하녀’는 리드미컬한 연동운동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내 옥탑방은 어떤가? 아마도 만성변비일 것이다.
•••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불편한 편의점⟫이 있다.
김호연 작가의 책이다.
불편한 편의점 책을 읽고 참 재미있게 썼다고 느꼈다.
꾸준히 베스트셀러에 올라가 있는 걸 보니 내가 다 기분이 좋다.
망원동 브라더스는 불편한 편의점의 시즌 1 같은 느낌이다.
망원동 옥탑방에 각각 사연을 가진 4명의 남자가 모여 살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실제 이야기 같으면서도 재밌는 드라마 같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옥탑방 남자들을 응원하게 된다.
모두 잘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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