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법정
▫️범우사 ∙ 에세이 ∙ 160p
▫️57권 ∙ 2022.07.15 읽고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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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를 복원하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인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불국사가 오랜 세월 흐르면서 낡고 허물어지면서 다시 원형으로 복원시켰다. 복원시킨 불국사의 존재는 무엇일까. 천 년의 세월이 그냥 흘러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월이 흐르듯 그저 가만히 지켜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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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는 독서다. 가장 오랫동안 이어가고 있는 취미다. 그 다음으로는 사회인 야구. 지금은 팬데믹 이후 2년째 쉬고 있다. 다시 해볼까 생각만 하고 있다. 그리고 몇 년 전 새롭게 골프를 시작했다. 왜 중년의 아저씨들이 길거리에서도 회사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스윙 연습을 하는지 알 수 있는 취미였다. 정말 재밌다. 자꾸 생각난다. 한데 돈이 많이 든다. 문제는 비싼 돈을 주고 필드에 나가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여유가 사라진다. 요즘엔 골프도 잠시 쉬고 있다. 너무 비싸졌다. 내 형편에 필드 한 번 나가기가 망설여진다. 마지막으로 법정 스님의 취미는 끝없는, 끝없는 인내라고 말씀하셨다. 내 양볼이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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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부터 책을 읽어 나갈 수가 없다. 책은 무소유인데 내 머릿속은 생각으로 가득찼다. 페이지를 넘기기가 어려웠다. 책을 덮고 생각하게 만든다. 문장 하나하나가 심장을 때린다. 무소유라는 책을 내가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풍족하게 해 준다. 너무너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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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을 구석구석 보고 있으면 물건이 정말 많다는 걸 느낀다. 저 물건은 몇년 동안 사용도 하지 않은 건데 선반에 모셔두고 있는지 생각한다. 필요가 없는데도 언젠가는 사용하겠지 하며 버리지도 못한다. 그러다 보면 집에 있는 물건을 또 구입하기도 한다. 있는 줄도 모르고 또 구입한다. 집 안에 물건이 층층이 쌓여 있다 보니 집이 좁아진다. 20평 집이 10평이 되고 우리 집은 왜 이렇게 좁을까 생각하고 더 큰 집으로 이사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막상 큰 집으로 이사 가면 큰 집에 맞는 살림을 장만하니 집이 좁은 건 집 크기의 문제가 아니다. 가을이 되면 이사를 가야 한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집을 넓게 사용할지 좁게 사용할지는 집이 아니라 생각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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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에게는 오늘 하루 일분 일초가 생명 그 자체로 실감된다고 한다. 내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을 살지 않고 내일을 산다고 한다. 책에 나온 문장이다. 가진 것이 많으면 소중한 걸 모르게 된다. 힘들고 귀찮은 일은 자꾸 미루게 된다. 마치 내일이 영원히 사라지질 않을 것처럼 행동한다. 오늘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면 내일도 마찬가지다. 오늘이 무의미했는데 내일은 의미 있는 하루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시간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시간은 절대 공평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과 많은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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