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중년 남성이 운동복 차림으로 엘리베이터 안에 서있다.
엘레베이터 내 손잡이를 잡고 앉았다 일어났다 한다.
아내와 엘리베이터에 탄다.
다른 사람이 엘레베이터에 탔어도 중년의 남자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계속 앉았다 일어났다 한다.
온몸이 땀범벅이다.
운동을 열심히 했나 보다.
세상 모든 운동은 혼자 다 한듯한 모습이다
우린 구석에서 눈을 흘기며 쳐다봤다.
남성은 손에 들고 있던 땀에 젖은 타월을 바닥에 휘두른다.
땀방울이 바닥에 떨어진다.
나만 불편한가?
게임
젊은 여성이 노약좌석에 앉는다.
자리에 앉더니 혼잣말로 심각하게 “뭐야”라고 외친다.
넌 뭐야?
여성은 스마트폰 화면을 정신없이 터치하고 있다.
뭘 하나 봤더니 농장 키우는 게임을 하고 있다.
농작물이 죽어서 소리쳤나 보다.
게임 속 농작물이 죽었는데 현실 속에서 큰 소리를 쳐야 하나.
나도 한 때 농장 키우기 게임 열심히 했다.
어느 순간 먹지도 못할 농작물을 키우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
내가 사는 세상은 현실인데 게임 속으로 도피하고 있는 건 아닌가.
투쟁
출근길 어느 회사 앞에서 투쟁 중이다.
총장을 해임하라. 학교를 살려달라.
스피커에서는 투쟁에 어울리는 음악을 크게 틀어 놓는다.
에어팟으로 듣고 있던 아이브의 노래와 투쟁 음악이 묘하게 섞인다.
누구를 위한 투쟁인가?
듣는 사람은 있는 걸까?
몇 주째 계속 이어지는 투쟁.
투쟁은 성공할 수 있을까?
나는 투쟁을 해본 적이 없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직원은 언제라도 다른 사람으로 교체가 가능한 소모품이니까.
투쟁을 해도 받아줄 사람이 없다.
어르신
어르신이 큰소리로 대화한다.
얼핏 들으면 서로 싸우는 거 같다.
낮 술을 마셨나 목소리는 점점 과격해진다.
주위 사람들은 자주 겪는 듯 무감각하다.
예전에는 왜 저렇게 소리칠까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나이가 들어 소리가 안 들리기 때문이다.
바로 옆에 있어도 큰 소리를 내는 이유다.
나는 누구한테도 큰 소리를 낸 기억이 없다.
무난한 삶이다.
나도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나이가 되면 큰소리칠 수 있을까?
아파트
아파트에서 큰 행사가 열렸다.
밤 10시까지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파트 커뮤니티에는 입주민이 불만을 제기했다.
아이 시험기간이라 공부에 집중을 못한다.
주말에 쉬지도 못하게 음악을 크게 틀어 놓느냐고.
지금이 무슨 7~80년대도 아니고 아파트 단지에서 행사를 하냐고.
누구는 행사를 즐기지만 누구는 행사를 반기지 않는다.
서로의 입장이 다를 뿐이다.
아이의 시험기간이 아이를 위한 건가 부모를 위한 건가
주말에 편히 쉬려면 아파트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엮이고 싶지 않으면 아파트가 아니라 단독주택에 살아야 한다.
아파트 단지는 혼자 사는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험이나 주말에 쉬는 것보다 아파트 행사를 즐기는 게 추억이지 않을까.
천사
유모차를 끌고 젊은 여자 세 명이 만난다.
서로를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든다.
세 명의 젊은 엄마는 모두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다.
오늘 모임의 드레스코드가 있나 보다.
남편은 집에서 쉬는 걸까?
드레스코드를 맞춰 모임을 갖는 게 상상이 안 된다.
남자끼리 주말에 만나는데 드레스코드를 맞춘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한데 주위를 둘러보면 남자들은 드레스코드를 맞춰 입고 있다.
반바지에 몸에 달라붙는 티셔츠에 금 목걸이에
몸에는 문신으로 도배하고 손에는 얇은 클러치백을 들고 다닌다.
서로 모이지만 않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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