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SF소설『천 개의 파랑』

천 개의 파랑

천 개의 파랑

천선란
허블 ∙ 소설 ∙ 376페이지
119권 ∙ 2020.12.29 읽고

규정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사회질서는 모두가 약속된 규정을 어기지 않아야 유지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콜리에게도 그런 규정이 몇 가지 있었다. 하나는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인간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다. 

“인간이 재미있는데 왜 말이 달리나요? 그럼 인간이 달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콜리는 짧은 순간 완주해야 한다는 존재 이유와 투데이를 살려야 한다는 규칙 사이에서 고민했다. 

“사람은 기계와 달라서 꺼진다고 완전히 멈추는 게 아니니까요. 3%라는 뜻은 말 그대로 살 수 있다는 뜻이에요.”

때때로 어떤 일들은, 만연해질수록 법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그 일에서 손을 놓아버리고는 했다.

병도, 환자도, 가족과의 상처도, 사람들의 시선도 아니었다.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못해 아주 처절하게 울었다.

“그리움이 어떤 건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 거야.”
“그리운 시절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거야.”

인간이 필요로 하지 않으면 죽었다.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세상에는 어떤 고통이나 슬픔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누구도 현재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게 되겠지.

“방법이 하나 있긴 있어요. 인간도 맨발로 다니면 돼요. 그럼 거리는 실내처럼 깨끗해질걸요.”

살아 있지 않은 걸 사랑할 수 잇는 것도 인간밖에 없으리라. 

○
어릴 적에 SF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관심이 없었다.
나의 관심은 그저 도끼 들고 맨주먹으로 싸우는 홍콩 액션 영화였다.
홍콩 하면 지금도 도끼 들고 싸우던 장면이 생각난다.
지금도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데 SF영화도 좋아졌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미래는 어떻게 변할지 조금이나마 미리 엿보는 느낌이 들어 좋아하게 되었다.

○○
언젠가는 로봇이 인간과 공존하는 세상이 올 거라 생각된다.
로봇 세상이 오게 되면 지금도 가장 걱정하는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하지만 로봇이 아니더라도 인류가 지구에서 살아가기 시작하던 때부터 겪어온 일이다.
자동차가 세상에 나오면서 마차 인력 꾼이 사라지는 것처럼 인류가 발전할수록 적응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아마 몇 년 후면 자율주행이 보편화하면 버스, 택시의 운전자석이 사라질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면 누군가에게는 아픔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수밖에 없다.

○○○
미래 세계가 되면 모든 사람이 아프지 않고 가난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 거라 믿었었다.
과거의 사람이나 어릴 적의 내가 보면 지금의 시대도 미래이지만 사람 사는 건 변화치 않는 것 같다.
아마 100년이 지난 미래라고 해도 환경만 달라질 뿐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할 것이다.
아무리 의료기술이 발달해도 가난한 사람은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할 것이고 여전히 자연재해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볼 것이고 정치인들은 서로 싸우기만 하지 국민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만약 지구가 멸망의 위기이고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게 된다면 누가 가게 될지 뻔히 보인다.

○○○○
로봇에게 감정이 있다면 로봇은 생명을 가진 것일까?
로봇이 스스로 생각을 하고 질문을 한다면 기계로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미래 세계가 되면 가정마다 로봇 하나쯤은 있을 거라는 상상을 많이 한다.
아이의 교육을 맡아주고 집안일도 하고 우리 집의 살림꾼처럼 로봇과 공존하는 세상이 조만간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을 것 같기도 한데 점점 더 외로움을 많이 느낄 것도 같다.
아니면 오히려 로봇으로 인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로봇만큼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
인간을 뛰어넘는 동물은 없을 것이다.
동물이 아닌 것 중에는 로봇밖에 없을 거다.
인간이 로봇에게 지배당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로봇도 인간이 만드니 착한 로봇만 탄생하지 않을 것이다.
궁금하다.
길거리, 집 어디서나 로봇이 사람처럼 주위에 있는 세상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