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아무튼, 산

by 행복줍기 2021. 7. 24. 20:16

본문

320x100
반응형

아무튼 산

 

아무튼, 산

 

🏔
아무튼, 산
장보영
코난북스 ∙ 에세이 ∙ 147페이지
61권 ∙ 2021.07.12 읽고

아무튼 산
아무튼 산

문학 공부를 할 때는 시작과 끝이 없었다. 끝은 보이지 않고, 시작은 한 것 같은데 그것이 시작인지도 잘 모르겠고, 끝은 또 다른 시작이었고….

나는 분명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을 원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이번 여정은 화대종주가 아니라 성백종주라고. “성삼재에서 백무동까지를 말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지리산을 종주해.”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나는 헤드램프를 켜고 배낭 속에서 일기장을 꺼냈다.

 ‘스물다섯, 나는 처음으로 지리산을 종주했다.’

안나푸르나를 걷는 동안 나는 날마다 나에게 말했다. ‘나는 지금 꿈을 이뤄가고 있다.’ 낯선 이국에서, 세계의 지붕 아래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나는 그 꿈같은 말을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인터넷 산악회’를 통해 처음 산에 입문했다고 대답했을 때 돌아온 싸늘한 반응, 거기에 여자여서 받게 되는 편견이 더해지면서 직감했다.

욕심과 미련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하지만 돌아서야 했다. 나만의 원정이 아닌 모두의 원정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것, 모든 일들이 예측한 대로 이뤄지지만은 않는 것, 그래서 좌절하고 실패하는 것이 산에서는 훨씬 더 자연스럽다.

무엇보다 산은 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줬다. 

50K, 8시간 10분 40초.

산을 달리기 시작하면서 일어난 변화라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가벼워지고 작아졌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산행은 ‘From Home To Home(집에서 집으로)’이라는 말이 있다. 살아 있는 동안 늘 산과 함께할 수 있는 삶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삶이 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영광스러운 삶이 아닐까. 

 

아무튼 산


🥾
한때 블랙야크 명산 도전이라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산 정상에 올라 인증샷을 찍고 업로드하면 나중에 사은품을 주는 행사였다. 
사은품도 받고 산도 오르고 좋은 캠페인이라 동생이랑 신청했다. 
우리는 주말에 시간이 맞으면 새벽부터 일어나 전국의 산을 찾아다녔다. 
아직도 기억나는 산은 겨울 눈내린 소백산이었다. 
산 중반을 지나 소나무 군림지에 들어섰을 때의 장관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듯한 느낌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멋진 곳이었다. 
세상에 그렇게 멋진 풍경은 처음이었다. 
오히려 정상보다 더 멋진 곳이었다. 

결혼 후에는 산에 가본 적이 별로 없었다. 
먹고 마시며 살만 찌고 운동을 게을리했다. 
이러면 안되겠다며 올해부터는 아침 운동도 하고 홈트도 간간이 하고 있다. 
물론 꾸준히 하지는 못한다. 
계속 뭔가를 하기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아무튼 산



아무튼, 산의 작가는 등산뿐만 아니라 산을 달린다고 한다.
그냥 오르기도 힘든 산을 뛰어다닌다고 생각하니 믿을 수 없었다. 
가끔 산에 가면 빠른 걸음으로 오르는 사람은 봤어도 뛰는 사람은 못 봤다. 
엄청나게 힘들거라 생각되면서도 멋지다고 생각된다. 

누군가는 산을 어차피 내려올 것을 뭐하러 힘들 게 올라가냐고 말한다.
어차피 죽을 거 왜 사냐는 말이란 비슷한 것 같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것 같다. 
다시 산에 올라가볼까?

 

 

728x90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