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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경의중앙선의 매력

일상

by 행복줍기 2023. 3. 23.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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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양보와 배려심이 강하다.
한파가 몰아쳐도 무더위가 와도 다른 열차를 먼저 보낸다.
희생정신이 강하다.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이기적인 마음은 삶에 도움이 안 된다.
양보하고 배려해야 갈등도 사라진다.

오늘도 열차는 한 정거장 전에 있지만 오지 않는다.
다른 열차를 보내주기 위해 대기하나 보다.
다른 열차 한 번 보냈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한 번 두 번 세 번은 더 양보해야 한다.

가끔 급행열차를 타기도 하는데 급행이라 양보를 안 할 거라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급행도 양보를 한다. 

 

2.
살아있음을 느낀다.
출퇴근길에 사람들과 부딪치고 밀고 서로 짜증을 낸다.
빈자리에 앉으려고 서로 눈치 보며 치열하게 경쟁한다.
사회서도 안 하던 경쟁을 열차에서 한다.

오늘도 다른 사람과 몸을 부딪히며 왕십리역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부끄러운지 인사도 없이 열차에서 내린다.

열차에서 내리면서도 더 빨리 내리려고 서로 밀어낸다. 
왕십리역은 승강장이 좁아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 이용 시 또 한 번 내 의지와 상관없이 걷게 된다.

또 하루가 이렇게 살아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3.
인내심•설렘•기다림
열차 간격이 길어 인내심이 길러진다.
또한 열차를 기다리다 보면 설레인다.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고..

퇴근길 술 한 잔 하고 저녁 9시쯤 2호선 왕십리역에 도착했다.
경의중앙선 도착 1분 전이다.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게 뛰었다.
하지만 내 눈앞에서 스크린도어는 닫혔다.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다시 문이 열리나 기대해 봤지만 열리지 않았다.

나보다 앞서 뛰었던 아저씨는 분노에 차서 스크린도어를 발로 찼다.
사회가 분노조절장애자를 양산한다.
주위에 다 함께 달렸던 사람들이 숨을 거칠게 쉬고 있었다.
다음 열차는 7 전역 25분 뒤 도착 예정이다.
다시 승강장은 평화를 찾았다.
언제 올지 모르는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재미가 있다.


P.S 빠르고 편안한 ktx를 타라는 안내 방송이 얄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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