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장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났다.
고장 난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올라가는 느낌처럼
오늘 출근길도 쉽지 않을 거 같다.
지하철이 승강장에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이 경쟁하듯 뛰어 올라간다.
반대편 지하철이다.
아무 일 없듯이 각자 자기 번호로 신속히 이동한다.
나는 5-3 이다.
지하철 문이 열린다.
다 내린 걸 보고 들어가려는데
어디서 나오는지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온다.
어깨를 부딪쳤다.
짜증이 난다.
이해한다. 나도 그럴 때 있으니.
어떨 땐 문이 열리고 타려고 하면
문 앞을 가로 막고 서있는 사람도 있다.
이번엔 내가 어깨로 밀며 들어간다.
지하철은 바로 출발하지 못한다.
저 멀리서부터 달려와서 가방이나 발부터 들이민다.
문에 낀다.
문이 열린다.
탄다. 부끄러운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안내방송이 나온다.
무리한 탑승은 위험하다고.
내 출근 시간도 위험하다.
가끔 앉을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앉지 않는다.
사람들과 부대껴 앉기 싫다.
내릴 때까지 열리지 않는 문에 기대어 서 있는 게 제일 편하다.
두꺼운 배낭을 메고 가만히 있지 않고 꿈틀대는 사람.
쇼핑백 모서리로 종아리를 찌르는 사람.
마스크 없이 그냥 기침하는 사람.
내가 미는 거 아니라고 눈빛으로 말하며 밀고 있는 사람.
새벽까지 술을 처마셨는지 술 냄새 진동하는 사람.
좁아 죽겠는데 게임이나 TV 볼 공간은 마련하는 사람.
통화할 때 무슨 대화인지 친절하게 설명하는 사람.
며칠 굶었는지 냄새 풍기며 식사하는 사람.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 오늘 하루도 배워간다.
도착했다.
문이 열린다.
탈 때도 가로막던 사람이 있었는데
내릴 때도 가로막는 사람이 있다.
인생엔 장애물이 너무 많다.
잘 비켜주지도 않는다.
짜증이 난다.
괜히 어깨 부딪히며 내린다.
그러면 내리지도 않았는데 타려는 사람들과 다시 어깨 싸움이 일어난다.
도대체 왜 내리지도 않았는데 타려는지 모르겠다.
짜증이 난다.
이제 힘든 건 거의 끝나간다.
9시 출근에 맞춰 지각하지 않으려고 뛰어다니는 사람과
게임이나 TV 보며 앞도 보지 않고 걸어 다니는 사람 때문에
이리저리 피하느라고 힘들다.
오늘 하루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이미 50%는 소모한 것 같다.
회사에서 체력을 안배하며 어떡하든 버텨야 한다.
그래야 퇴근길 지하철을 버틸 수 있다.
지옥에 가면 왠지 지하철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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