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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

일상

by 행복 수집가 2020. 2. 1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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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Gaida

 

오늘도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

 

승강장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났다.

고장 난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올라가는 느낌처럼

오늘 출근길도 쉽지 않을 거 같다.

 

지하철이 승강장에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이 경쟁하듯 뛰어 올라간다.

반대편 지하철이다.

아무 일 없듯이 각자 자기 번호로 신속히 이동한다.

나는 5-3 이다.

 

지하철 문이 열린다.

다 내린 걸 보고 들어가려는데

어디서 나오는지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온다.

어깨를 부딪쳤다.

짜증이 난다.

이해한다. 나도 그럴 때 있으니.

 

어떨 땐 문이 열리고 타려고 하면

문 앞을 가로 막고 서있는 사람도 있다.

이번엔 내가 어깨로 밀며 들어간다.

 

지하철은 바로 출발하지 못한다.

저 멀리서부터 달려와서 가방이나 발부터 들이민다.

문에 낀다.

문이 열린다.

탄다. 부끄러운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안내방송이 나온다.

무리한 탑승은 위험하다고.

내 출근 시간도 위험하다.

 

가끔 앉을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앉지 않는다.

사람들과 부대껴 앉기 싫다.

내릴 때까지 열리지 않는 문에 기대어 서 있는 게 제일 편하다.

 

두꺼운 배낭을 메고 가만히 있지 않고 꿈틀대는 사람.

쇼핑백 모서리로 종아리를 찌르는 사람.

마스크 없이 그냥 기침하는 사람.

내가 미는 거 아니라고 눈빛으로 말하며 밀고 있는 사람.

새벽까지 술을 처마셨는지 술 냄새 진동하는 사람.

좁아 죽겠는데 게임이나 TV 볼 공간은 마련하는 사람.

통화할 때 무슨 대화인지 친절하게 설명하는 사람.

며칠 굶었는지 냄새 풍기며 식사하는 사람.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 오늘 하루도 배워간다.

 

도착했다.

문이 열린다.

탈 때도 가로막던 사람이 있었는데

내릴 때도 가로막는 사람이 있다.

인생엔 장애물이 너무 많다.

잘 비켜주지도 않는다.

짜증이 난다.

 

괜히 어깨 부딪히며 내린다.

그러면 내리지도 않았는데 타려는 사람들과 다시 어깨 싸움이 일어난다.

도대체 왜 내리지도 않았는데 타려는지 모르겠다.

짜증이 난다.

 

이제 힘든 건 거의 끝나간다.

9시 출근에 맞춰 지각하지 않으려고 뛰어다니는 사람과

게임이나 TV 보며 앞도 보지 않고 걸어 다니는 사람 때문에

이리저리 피하느라고 힘들다.

 

오늘 하루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이미 50%는 소모한 것 같다.

회사에서 체력을 안배하며 어떡하든 버텨야 한다.

그래야 퇴근길 지하철을 버틸 수 있다.

 

지옥에 가면 왠지 지하철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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