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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by 행복 수집가 2020. 2. 1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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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임경선 / 요조
문학동네 / 에세이 / 288p
2020년 17번째 책  / 2020.02.16 읽고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라는 문구를 보고 
남자 두명의 교환일기는 어떨까 
상상하니 소름 돋았다.
여자는 괜찮은데 남자는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다니.

일기라고 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인생 공부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카페에 갔는데 옆테이블에서 말하는 것을
귀담아 듣는 느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단어, 문장 등 잠시 생각을 하게 만드는 따뜻한 책이었다.

사랑은 역시 마주보는 거예요


내가 애초에 뭘 좋아하고 싫어했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고려하는지에 대한 기억이 옅어지면서 
주변의 소음이 내 인생을 결정짓게 허락해버리고 말아. _17p

‘무언가를 하지 않기로 하는 것’ 다시 말해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거야’라는 삶의 태도 그 자체도 나이와 연관이 있네. 
본능적으로 ‘내게 시간이 아주 많이 남지는 않았다’라는 자각을 하면서 인간관계나 생활방식을 예전보다 더 심플하게 추리게 되는 거지. 
나한테 정말 필요한 것과 굳이 없어도 살 것들이 확실해 지는 것, 다시 말해 위화감에 민감해지는 거야. 
그런 깨우침들이 쌓이면서 ‘내가 살아갈 세계’를 결정할 수 있게 되는 걸 테지. _33p

요즘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은
시간이 별로 많이 남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동안의 인생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처럼
앞으로 남은 인생도 그렇게 지나가지 않을까 무섭다.
그런 생각이 드니 오늘은 잘하고 있나
아무 생각 없이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내지는 않는지
순간순간 돌아보게 된다.

벽시계를 틈틈이 보면서 제 금쪽같은 시간을 좀 챙겨보려고, 
그러고 싶어서 오늘 급하게 시계 샀어요. 시계를 사는데, 
정말 시간을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아직도 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시간이 점점 없어져요. _44p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
일하다 저녁에 집에 도착하면 저녁 먹고 씻고 집안일 하다 보면 밤이 되고
피곤해서 잠이 들고 아침에 일어나 또 출근하고.
가끔 인간 로봇이 아닐까 생각한다. 

“임경선씨…. 맞으시죠?”
순간 속으로 흠칫 놀랏지. 아 뭐야, 이제 시도 때도 없이 날 알아보는 거야 뭐야, 이놈의 인기란! 
(중략)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약간 수줍은 듯 “아, 네…”라고 대답하려던 찰나, 
식당 사장님이 한마디 더 하시더라고. 

“네, 여기 L포인트 적립되셨습니다.”
….
문을 박차고 나가 가능한 한 멀리 도망치고 싶었어.
이런 게 바로 어정쩡한 유명인이 사는 법인 거야. _52p

이런 이야기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너무 재밌게 간만에 빵 터져서 책 읽다가 웃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때로는 
서로에게 낯설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_67p

무대로 나가서 강연을 시작하면서
‘나 오늘 되게 떨린다’라는 식으로
말문을 여는 것은 좀 별로인 것 같아.
강연을 잘 못할 것을 대비해서
미리 응석부리며 선수 치는 느낌 같아.
왜 해보기도 전에 지고 들어가는 거야. _91p

내 이야기 같다.
어떤 일을 하거나 도전할 때 시작하기도 전에
잘 할 수 있을까? 무서워하면서 긴장했다.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마음가짐부터 지고 들어가니
시작하고도 끝을 맺고도 후회하게 되는 것 같다.
두려워하지 말고 좀 더 자신을 믿고 이겨 냈으면 좋겠다.

정말로 일이 재미있으면, 노는 것보다 백배쯤 더 재미있다고 난 확신해! _125p

재밌는 일을 죽기 전에 찾을 수 있을까?
일에 미쳐서 쉬지도 못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난 내 일에 그렇게 열정적으로 재미있어하면서 할 의지가 없다.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마 나 자신을 소홀히 생각한 것 같다.

‘대외적으로’ 가장 가까운 사이인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야. 
서로에게 ‘언제라도, 아무 생각 없이, 아무 말이나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될 것. 
특히나 같이 살고 있다면 참지 말고, 자신이 솔직하게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갈등을 겪는 게 힘겹고 두려우니까 그냥 적당히 맞추면서 넘기거나, 
핵심을 피하거나, 익숙함으로 산다고 체념하거나, 
남편에게 다 맞춰주는 ‘너그러운 엄마 역할’은 하고 싶지 않아. _153p

결혼 후 아내에게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성격 자체가 무뚝뚝 한 편이라 말수도 별로 없어서
불만이 있어도 말하지 않고
혼자 꿍꿍대기만 한다.
요즘은 되도록 아내에게 이런저런 말을 해서
아내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말할 정도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말을 안 했나 싶기도 하다.
최근에 또 아내에게 말하고 싶은데
아내가 상처받을 까봐 또 혼자 꿍꿍대고 있다.
근데 아내 자신도 알고 있는데 (그래서 자꾸 나한테 미안하다고 한다)
내가 말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깨우칠 거라 나는 믿는다.

상대가 원하는대로 하기 위해
내가 무리해서는 안돼.
모든 인간관계에 해당되는 진리지.
내가 나를 억누르고 상대가 원하는 바대로 하게 두면.
그리고 아무리 봐도 그 요구가 부당해 보인다면.
내 안에 분노가 쌓이게 돼.
의무감에서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면
진심으로 그 상대를 좋아할 수가 없어. _177p

만약 네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과 
무언가를 판단(비판)하는 사람,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냐고.
그럼 가만히 생각해보다가
다들 이렇게 대답하더라?
억울하게 욕먹는 한이 있더라도,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_197p

몇 살이 되어도 고민하는 것은 좋은 거야.
고민한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뜻이니까.
고민을 하니까
우리는 스스로 찾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거야. _217p

고민이 많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요즘처럼 고민을 많이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경험이라 혼란스럽다.
그래도 살아있구나! 노력하고 있구나! 스스로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문학동네]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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