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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분의 일을 냅니다 - 을지로 와인바

by 행복줍기 2021. 5. 18.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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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분의 일을 냅니다

 



🍷 십분의 일을 냅니다 - 을지로 와인바



십분의 일을 냅니다
이현우
알에이치코리아 ∙ 에세이 ∙ 268페이지
31권 ∙ 2021.05.09 읽고

 

십분의 일을 냅니다

 


결국 사표를 냈다. 본격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11월 말 회사를 나왔다. 29살 겨울이었다. 

이번 한 번만은 나도 올인을 해볼까. 내 가게에 앉아 글을 쓰는 로망까지는 모르겠고, 대박 난 가게 사장님 같은 건 더 상상 안 되지만, 서른이고 퇴사도 했고 인도도 다녀왔는데 재지 말고 선택이란 걸 좀 해보면 어떨까.

“그럼 우리처럼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와인을 팔면 되지 않나?” 

아빠가 덤덤하게 말을 받았다. “다 옛날 얘기다. 요즘은 죽고자 하면 그대로 죽는 세상이야…. 열심히 해봐.”
꾸밈없는 말은 늘 힘이 된다.

이때부터 작은아버지는 연락이 잘 안 되고 현장에 오시지 않더니 곧 완전히 소식이 끊겼다. 잔금을 다 치르는 게 아니었는데… 

이후로도 계획 없이 진행되었고 각종 중고 가구들과 주워 온 소품들이 채워지면서 점차 베를린 감성이 아닌 을지로 십분의일 거지 감성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깻잎을 꺼내 씻어서 썰고 치즈 위에 올리면 되는데… 올리면 되는데 헐, 깻잎이 없었다. 정확히는 없는 게 아니고 시들어버렸다. 손님이 없는 나흘 동안 깻잎은 냉장고 안에서 쓸쓸히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고인 물을 닦고 비가 떨어지는 자리에 잔, 올리브 통 같은 것들을 가져다 놨다. 벽에는 ‘비가 새서 비를 받는 중이니 조심해주세요.’라고 메모를 붙였다. 다행인 건 손님들의 반응이었다. 
 “어머, 여기 비 새나 봐.”
 “여기 사장님, 진짜 비를 받고 계시네.” 

돈을 잘 벌게 됐으니 전보다 기분이 좋고 행복해지는 것이 마땅한데 도대체 무슨 심보인지. 매일같이 마주 앉아 손님이 없다며 서로 한숨 쉬던 때가, 나는 가끔 그립다. 

2018년 봄, 바로 옆 건물에 두 번째 가게 ‘빈집;비어있는집’을 열었다. 십분의일 첫 아르바이트 직원이었다가 아로파 멤버가 된 준석이가 사장이 됐다. 2019년 봄엔 아로파 세 번째 와인 바 ‘밑술’을, 같은 해 여름엔 네 번째 브랜드인 게스트 하우스 ‘아무렴 제주’를 만들었다. 

 

십분의 일을 냅니다

 


🧑🏽‍💻
책도 읽었으니 십분의 일 와인바로 출동~!

을지로와 와인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극과 극이 만나 묘한 매력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예전의 을지로는 노가리에 맥주나 소주 먹는 아저씨들이나 가는 곳이었다. 
지금은 젊은 사람들의 자주 찾는 핫플이 되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는 말이 맞나 보다. 
 
와인은 호텔이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나 마시는 걸로 생각했었다.
나도 맥주나 소주는 먹어도 와인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그러다 와인 관련 책을 한번 읽고 와인의 매력에 빠져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다양한 나라에서 생산되고 숙성에 따라 맛도 다르고 무엇보다 죽기 전까지 모든 와인을 다 마셔보지 못한다는 것이 매력 있었다.
같은 와인이라도 연도에 따라 맛이 또 다르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십분의 일 와인바는 몇 명의 지인들이 월급의 10분의 1을 투자하여 운영하는 곳이다.
어찌 보면 동업인데 한두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 동업한다니 그것만으로도 놀랍다.
사질 동업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주위에 보면 동업하다 친구랑 인연을 끊고 어떤 경우에는 사기를 치고 도주하기도 한다.
그만큼 동업은 믿음이 없으면 불가능 한 일인데 하물며 10명이나 되는 사람이 동업을 한다니 너무 멋지다고 생각한다. 
물론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잘 이끌어가고 있는 걸로 봐서 좋은 사람들로 가득한 것 같아 보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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