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 MZ세대 문학 아이콘 유지혜 에세이

by 행복 수집가 2021. 12. 30. 08:12

본문

320x100
반응형
728x90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 MZ세대 문학 아이콘 유지혜 에세이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유지혜
김영사 ∙ 에세이 ∙ 240p
137권 ∙ 2021.12.28 읽고

일상이 몽상이 되어버린 올해 같은 가을에 딱 한 권의 소설만 읽을 수 있다면 망설임 없이 아모스 오즈의 ⟪나의 미카엘⟫을 집을 것이다.

에스프레소처럼 꾹꾹 눌러 담아 내린 그때의 가을은 그 농도가 너무 진해서, 한참 동안 펼쳐보아도 부족함이 없다. 여전히 반갑도록 쓰고 떫다.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최근 본 타로점에서 ‘미루던 공부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라는 점괘가 나왔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첫 줄을 읽어 내려갈 때 매번 고민에 빠진다. 나를 둘러싼 수만 가지 유혹이 의식되기 시작한다. 그러다 비로소 몇 쪽을 넘기고 나면 어느새 나는 나 자신을 잊는다. 멀리 떠난다.

친구가 지인을 만날 때 일대일로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나를 포함하여 세 명 이상인 모임을 갖는 건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책은 어쩌면 한 권짜리 귓속말이다.

하루만 안 봐도 죽을 것 같은 연애, 서로의 일상을 침범해 서로만 아는 시간이 다른 모든 시간을 이기는 연애를 하고 싶었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언제나 스스로 나서서 행동에 옮길 준비를 하고, 무언가에 매진하는 거죠.”

그는 끝까지 춤을 추고 두려움이 없는, 그저 잘 느끼는 사람이다. 바로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 조르바다. 느낌표가 인간이 된다면 조르바일 것이다. 그는 야성미 넘치는 예순다섯의 노동자다.

서점은 익명성을 보장하면서도 소속감을 주는 엉뚱한 인과관계를 가진 유일한 장소다.

아침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나는 어떤 불빛으로, 어떤 꿈으로 나 자신을 밝혀두어야 할까.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고민했다. 내게 남아있는 꿈을 세어보기도 하면서.

솔직히 말하자면 공공장소에서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예뻐 보이고자 함이다. 잘 보이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일부러 30분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해 책을 읽고 있을 것이다.

특히나 마음에 드는 부분을 발견하고 첫 밑줄을 긋는 순간에 우리는 독서를 위해 포기한 모든 유혹을 보상받는다. 자발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그때부터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책을 읽게 된다.

첵에 마음을 뺏기는 일이 쌓이면, 책이 하나의 섬이 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책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한 권의 열차표이자 섬이다. 몸이 어디에 있건 정신은 책으로 도망칠 수 있는 것이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돌아보니 어떤 책을 감명 깊게 읽었을 때, 그 책을 이미 읽은 사람보다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을 더 부러워했다. 책이 너무 좋으면 시간을 되돌려 그 책을 처음 느낌 그대로 다시 읽어보고 싶기도 했다. 가끔 그런 책을 만날 때가 있다. 아껴서 읽고 싶은 책

고양이는 자기만을 위한 즐거움을 선택할 줄 안다. 그들은 언제까지나 독립적이다. 이미 완성된 존재로 우리에게 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다음이라는 개념도 없다. 지금뿐이다. 싫어하는 것은 절대 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은 미루지 않고 한다. 아껴두지 않고 그때그때 기뻐하는 그들은 나태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짓는다. 지금의 잠과 눈앞의 햇볕이 그들이 유일하게 원하는 것이다.

그의 삶은, 삶이라는 표백제에 오랜 시간 담가져 원래의 색을 알아볼 수 없는지도 몰랐다. 오래 엄마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은 슬프게 투명했다.

1880년에 쓰인 편지들을 보며 생각한다. 어떤 마음은 말로 분해되지 않고 종이 위에 남아있어야만 한다고, 기술에 기대지 않고 꼭 천천히 도착해야만 한다고.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어떤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책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유지혜 작가의 글을 읽으면 그냥 좋다.

특별한 것 없는 에세이 같은데 매력이 있다.

읽고 있으면 기분이 좋은 그런 느낌이다.

글 스타일이 나와 코드가 맞아서 그런 것 같다.

□□

책을 읽을 때 한참을 읽어도 밑줄을 그을 일이 없으면 불안하다.

왜 인상 깊은 메모해 두고 싶은 문장이 없었을까 다시 읽어 본다.

그래도 밑줄을 그을 일이 없으면 그 책은 나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다 보면 중간에 책 읽는 걸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가끔 어떤 책은 첫 문장부터 밑줄을 긋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그 책은 이미 나와 친구가 된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

가끔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강아지는 너무 헌신적이라 불편하다.

고양이가 새침한 게 좋을 것 같다.

아직은 생각만 하고 있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한 번 정도 가족으로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728x90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